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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 5부. 흔들리는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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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흔들리는 팀워크


1. 조용한 균열

클럽 지하에서 라그나르의 속삭임을 막아낸 지 며칠이 지났다. 서울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세레니티 멤버들의 마음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지아는 팀을 모아 밤마다 가디언 본부에서 전략 회의를 열었고, 도현은 날마다 늘어나는 붉은 점(균열의 흔적)을 지도 위에 찍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라그나르의 기운이 점점 짙어지고 있어. 균열은 예전처럼 단순히 열렸다 닫히는 틈이 아니야. 이제는 도시의 심장처럼 계속 뛰고 있어. 막아도 막아도, 또 다른 곳에서 열린다.”

수현은 방패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린 매번 전투에 끌려다니고 있어. 선제적으로 막지 않는 이상, 라그나르가 언제든 도시를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잖아.”

아린은 목을 감싸쥐며 고개를 떨구었다. 최근 들어 그녀의 목 상태는 더 나빠졌다. 전투에서 음파를 쓸 때마다 성대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웃으려 했지만, 목에서 쉰 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린, 무리하지 마.” 유나가 걱정스레 그녀를 붙잡았다. 손끝에서 흘러나온 작은 빛이 아린의 목을 감쌌다. 잠시 통증이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미카가 무심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할까? 아린, 네 목이 더 버티지 못하면 우리 팀은 큰 구멍이 생기는 거야. 라그나르와 진짜로 맞붙게 될 때,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

공기는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다.


2. 균열 속의 불협화음

며칠 뒤, 또 다른 균열이 열렸다. 이번엔 여의도 한복판, 고층 빌딩 숲 사이였다. 회의실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도시 곳곳은 라그나르의 악보로 변하고 있었다.

세레니티 멤버들은 곧장 출동했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유난히 어지러웠다. 균열에서 나온 데몬들은 단순히 공격만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멤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아, 넌 무대에만 신경 쓰는 리더잖아. 동료들은 점점 부서져 가는데.”
“아린, 너의 목소리는 이미 쓸모없어. 팀의 짐일 뿐이지.”
“수현, 넌 방패에 숨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
“미카, 넌 그림자 속에서 도망치는 겁쟁이야.”
“유나, 넌 빛을 주지만, 결국 다 타버리고 남는 건 재일 뿐.”

데몬들의 속삭임은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두려움이었다.

아린은 무릎을 꿇었다. 목이 타들어가는 듯 아팠고, 정말로 자신이 팀의 짐이 된 건 아닌지 두려웠다.
수현은 방패를 들었지만, 손이 떨렸다. 항상 방패 뒤에서 동료를 지키기만 했던 자신이, 진짜 전사가 맞는지 흔들렸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공격하려 했으나, 속삭임이 귓속에서 울려 그녀의 칼끝이 흔들렸다.
유나는 빛을 펼쳤지만, 점점 빛이 약해졌다. 공포가 밀려올수록 빛은 쉽게 사라졌다.

지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조차 속삭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리더로서 팀을 지키지 못하면 어쩌나,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자신 혼자만 살아남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3. 균열 속 붕괴

전투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데몬들은 환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팀을 조롱했다.
“세레니티! 사랑해!”
“노래해, 춤춰, 우리를 즐겁게 해!”

그 환호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멤버들의 눈빛은 흔들렸다. 실제 무대 위에서 느꼈던 환호와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라그나르의 속삭임이 도시 전체에 퍼졌다.
“팀워크란 환상일 뿐이다. 너희는 결국 각자의 두려움에 무너진다. 아이돌도, 전사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 순간, 데몬의 공격을 막아내던 수현의 방패가 갈라졌다. 충격으로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아린은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균열의 심장에 칼을 꽂으려 했지만, 손이 멈췄다. 유나는 빛을 잃고 주저앉았다.

팀은 무너지고 있었다.


4. 팬들의 목소리

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 켜졌다.
민서였다. 공명자로서의 그녀는 이번에도 현장에 있었다. 그녀는 응원봉을 꺼내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세레니티! 렛츠—고!”

그 작은 외침이 울림을 만들었다. 곧 다른 공명자들이 하나둘 합류했다. SNS를 통해 비밀리에 퍼진 ‘닫힘의 리듬’을 알고 있던 이들은 집과 거리에서 동시에 응원봉을 흔들었다.

수많은 불빛이 서울 밤하늘에 작은 별처럼 켜졌다.

아린은 귀를 기울였다. 데몬들의 가짜 환호와 달리, 이번 목소리는 진짜였다. 그녀는 목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진심이 담긴 노래였다.

수현은 다시 방패를 들었다. 갈라진 틈 사이로 빛이 흘러나왔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눈을 떴다. “도망치는 게 아냐. 나는 무대를 완성하는 안무의 일부야.”
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빛을 펼쳤다. 작았지만 꺼지지 않는 빛이었다.

지아는 검을 높이 들어 외쳤다. “우린 혼자가 아냐. 팀워크는 환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붙잡는 힘이야!”


5. 균열의 봉인

다섯 멤버가 동시에 힘을 합쳤다.
지아의 검은 데몬의 몸을 갈랐고, 아린의 목소리는 불협화음을 깨뜨렸다. 수현의 방패는 다시 완전한 형태로 빛났고, 미카의 그림자는 균열의 심장을 묶었다. 유나의 빛은 팀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도시 곳곳의 응원봉 불빛이 함께 흔들렸다. 닫힘의 리듬.
균열은 비명을 지르며 닫혔다. 데몬들은 하나둘 흩어졌다.

라그나르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메아리쳤다.
“좋다. 환상에 매달려라. 하지만 곧 알게 되리라. 환상은 오래 가지 못한다.”


6. 균열 뒤의 고요

전투가 끝난 뒤, 다섯 멤버는 지친 몸으로 빌딩 옥상에 올랐다. 서울의 불빛이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아린은 여전히 목이 아팠지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짐이 될까 봐 두려웠어. 하지만… 내 목소리를 믿어준 게, 팬들이었어. 그리고 너희였어.”

수현은 방패를 어루만졌다. “난 방패 뒤에 숨어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방패가 있어야 모두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웃었다. “난 도망치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깊숙이 파고드는 역할이었지.”

유나는 눈물을 닦았다. “나는 빛이 약하다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약한 빛도 꺼지지 않으면 어둠을 막을 수 있어.”

지아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어. 팀워크는 환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7. 새로운 결의

서울의 하늘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균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섯 멤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라그나르가 무대를 원한다면, 그 무대는 우리가 준비할 거야.” 지아가 말했다.
“팬들과 함께.” 아린이 덧붙였다.
“환상이 아닌 현실로.” 수현이 방패를 세웠다.
“그림자와 빛이 함께 춤추는 무대로.” 미카가 속삭였다.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유나가 손을 모았다.

그리고, 서울 전체가 그들의 무대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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