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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 6부. 가무의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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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가무의 제단


서울 전역을 휘감고 있던 균열은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 잠잠함이 평화가 아니라, 더 거대한 무대를 준비하는 전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라그나르의 속삭임은 여전히 공기 속에 배어 있었고, 균열은 보이지 않게 도시 구석구석을 물들이고 있었다.

지아와 멤버들은 가디언 본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도현이 화면을 돌리며 말했다.

“분석 결과, 라그나르의 봉인이 가장 먼저 세워졌던 장소가 확인됐어. 남산 예술당 지하. 오랜 기록에 따르면, 수백 년 전 조상들이 노래와 춤으로 제단을 세우고 라그나르를 봉인했지. 그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

아린은 목을 감싸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곳이 지금… 다시 열린다는 거네.”

“맞아.”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균열의 중심이 예술당이야. 거길 막지 못하면, 서울 전체가 무대가 아니라 라그나르의 제단으로 바뀔 거야.”

유나는 손을 모았다. “그럼, 우리가 제단을 다시 세워야겠네.”

“하지만 이번엔 관객이 필요해.” 지아가 말했다. “우리만으로는 부족해. 수천, 수만의 박자와 목소리가 함께해야 해.”

미카가 피식 웃었다. “결국 팬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거네. 공연이 아니라, 진짜 전쟁 무대지.”

수현은 방패를 어깨에 메며 말했다. “좋아. 그럼 공연을 준비하자. 하지만 이번엔 무대 장치가 아니라, 세상을 지킬 장치로.”


1. 제단의 발견

남산 예술당은 폐허처럼 버려져 있었다. 문은 녹슬어 있었고, 내부는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무대 한가운데에는 낡은 금속선이 원형으로 얽혀 있었다. 수십 년간 꺼져 있던 그 선들이, 다가가자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게… 가무의 제단.” 지아가 숨을 죽였다.

바닥에 새겨진 문양은 오래전 안무의 궤적 같았다. 원을 따라 걷고, 손을 흔들고, 동시에 목소리를 모아 울리는 움직임. 조상들이 춤과 노래로 만든 봉인의 형상이었다.

아린은 바닥에 귀를 댔다. “들려. 아직 남아 있어. 수백 년 전의 노래가.”

유나는 눈을 크게 뜨고 속삭였다. “우리의 무대는 사실 여기서 시작됐던 거구나.”


2. 라그나르의 개입

그러나 제단이 깨어나는 순간, 균열이 요동쳤다. 검은 기운이 천장에서부터 흘러내리며 무대를 덮었다. 라그나르의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가무의 제단… 참 오래된 기억이로군. 하지만 이번엔 너희가 봉인하는 무대가 아니라, 내가 부활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순간, 제단 위에 데몬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과거 제단을 지키다 희생된 전사들의 환영이었다.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고, 몸은 어둠에 잠식되어 있었다.

“이건…” 수현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우리와 같은 전사였던 사람들이야.”

“라그나르가 그들을 이용하는 거야.” 지아가 이를 악물었다. “무대는 절대 그에게 빼앗길 수 없어.”


3. 전투

지아의 검이 어둠을 가르며 번쩍였다. 수현은 방패로 동료들을 지켰고, 미카는 그림자 속을 파고들며 환영의 심장을 찔렀다. 유나는 쓰러진 동료의 몸을 감싸 빛으로 일으켰다.

그러나 아린은 노래를 부르려다 피를 토했다. 목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아린!” 유나가 달려왔다.

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팬들이 대신 노래해 줄 거야.”


4. 팬들의 합창

그 순간, 밖에서 환호가 들려왔다. 민서를 비롯한 공명자들이 예술당 바깥에 모여 있었다. SNS와 비밀 채널을 통해 퍼진 ‘닫힘의 리듬’을 알고 있는 수천 명의 팬들이 함께 모여, 응원봉을 흔들며 합창을 시작한 것이다.

“세레니티! 렛츠—고!”

그들의 합창이 제단을 울렸다. 낡은 금속선들이 다시 살아나며, 봉인의 문양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아린은 눈을 감았다. 팬들의 노래가 그녀의 목을 대신해 울렸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모아 낮은 음으로 화음을 더했다.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팬들의 목소리와 합쳐지며 완전한 곡이 되었다.


5. 제단의 부활

지아는 검으로 제단의 중심을 찔렀다. 순간, 제단이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균열을 삼켰다. 환영으로 변해 있던 전사들의 형체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마지막 순간에 잠시 맑아졌다.

“고마워…” 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우리가 당신들의 무대를 이어갈게요.”


6. 라그나르의 경고

그러나 제단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라그나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좋다. 너희가 제단을 되살렸구나. 하지만 봉인은 오래 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너희 자신이 곧 균열이기 때문이다. 두려움, 질투, 고통… 그것이 너희 안에 스며들면, 제단은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멤버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 각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아린의 목, 미카의 불신, 수현의 부담, 유나의 약한 빛, 지아의 책임. 그것이 진짜 위협이었다.


7. 결의

라그나르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제단은 조용히 빛났다. 예술당의 무대 위에 선 다섯 멤버는 서로를 바라봤다.

“우린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아.” 지아가 말했다.
“내 목소리가 갈라져도, 함께라면 노래할 수 있어.” 아린이 속삭였다.
“그림자 속에서도, 난 도망치지 않아.” 미카가 칼을 쥐었다.
“방패가 무거워도, 그 무게로 모두를 지킬 수 있어.” 수현이 방패를 세웠다.
“약한 빛이라도, 모이면 별이 돼.” 유나가 빛을 펼쳤다.

팬들의 함성이 여전히 바깥에서 울려 퍼졌다.

지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이제, 진짜 무대가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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