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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 7부. 검은 날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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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검은 날개의 부활


남산 예술당의 제단이 봉인되던 날 밤, 서울은 오랜만에 숨을 고르는 듯 고요했다. 거리의 불빛은 여전히 번쩍였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세레니티 멤버들과 가디언 본부는 알았다. 그것은 단순한 숨 고르기일 뿐, 라그나르의 속삭임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도현은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봉인의 빛이 꺼진 자리마다 새로운 붉은 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예술당 제단이 다시 살아난 순간, 도시 다른 곳에서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그나르가 물러난 게 아니야.” 도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는 스스로 무대의 막을 준비하고 있어. 마지막 막, 검은 날개의 부활.”


1. 균열의 진화

며칠 동안 서울 전역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강 다리 위에서 사람들이 이유 없이 동시에 멈춰 서거나, 지하철 안에서 알 수 없는 합창이 울리기도 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목격자들은 공통적으로 “짧은 순간, 검은 날개 같은 그림자가 스쳤다”고 증언했다.

아린은 그날 밤 연습실에서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목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귀에만 들리는 낮고 깊은 소리가 있었다. “너의 목소리는 내 날개가 될 것이다.”

“아니야…” 아린은 무릎을 꿇었다.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러나 곧 유나가 달려와 손을 잡았다. 빛이 다시 목을 감쌌고, 통증은 줄어들었다.

“네 목소리는 네 거야. 라그나르에게 줄 수 없어.” 유나의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결의로 빛났다.


2. 불화의 그림자

그러나 팀의 공기는 서서히 무거워졌다. 라그나르의 속삭임은 단순히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수현은 방패를 손에 쥔 채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늘 방패로 팀을 지켜왔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내가 진짜 전사일까? 아니면 단순히 방패 뒤에 숨는 겁쟁이일까…”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홀로 칼을 갈았다. 라그나르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았다. “너는 늘 혼자였지. 팀은 네가 없어도 움직인다. 왜 계속 여기에 머무는 거지?” 그녀의 칼끝은 떨리고 있었다.

지아는 리더로서 팀을 모으려 했지만, 책임의 무게가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팀 전체가 무너질 거야.” 그녀는 수많은 무대에서 흔들림 없는 리더였지만, 라그나르의 속삭임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키워 갔다.


3. 검은 날개의 출현

그리고, 그날 밤.

한강 위에서 갑자기 하늘이 갈라졌다. 검은 균열이 열리며, 거대한 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깨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날개는 서울 전역을 뒤덮을 만큼 거대했다.

라그나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아라. 나의 날개. 이 도시 전체가 곧 나의 합창장이 될 것이다. 너희의 환호, 너희의 두려움, 모두 나의 음악이다.”

날개에서 검은 깃털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들은 단순한 깃털이 아니라, 각자의 두려움을 구체화시킨 환영이었다. 사람들은 길 위에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을 마주하며 비명을 질렀다.

세레니티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린 앞에는 목소리를 잃은 자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수현 앞에는 방패가 부서져 버린 모습이,
미카 앞에는 그림자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유나 앞에는 꺼져 버린 빛이,
지아 앞에는 무너진 팀이 있었다.


4. 부서지는 팀워크

전투는 시작되기도 전에 흔들렸다. 각자의 환영은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아린은 목이 막혀 소리를 내지 못했고, 수현은 방패를 들 수 없었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길을 잃었고, 유나는 빛을 펼치려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지아는 멤버들을 모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라그나르의 웃음이 하늘을 가르며 울렸다.
“보아라. 이것이 너희의 진짜 무대다. 환호가 끊기면, 남는 건 공포뿐.”


5. 팬들의 별빛

그러나 그 순간, 민서를 비롯한 공명자들의 응원봉 불빛이 하늘에 떠올랐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과 거리, 건물 옥상에서 응원봉을 흔들고 있었다.

“세레니티! 렛츠—고!”

그 목소리는 환영을 흔들었다. 팬들의 환호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진짜 마음이었다.

아린은 눈을 감았다. 환영 속 목소리를 잃은 자신은 사라지고, 팬들의 목소리가 그녀를 일으켰다. 그녀는 갈라진 목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수현은 방패를 다시 들었다. 방패가 무겁지만, 그 무게는 동료를 지키는 의미였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손을 뻗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팬들의 환호가 알려주고 있었다.
유나는 작은 불빛을 만들었다. 약했지만, 그 빛은 꺼지지 않았다.
지아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검을 높이 들었다. “우린 혼자가 아냐. 이 무대는 우리와 팬들이 함께 만드는 거야!”


6. 부활의 서막

검은 날개는 여전히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팬들의 목소리가 도시 전체를 울리며 닫힘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라그나르가 포효했다.
“흥미롭다. 너희가 내 무대에 맞서는구나. 하지만 진짜 부활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곧, 검은 날개는 완전해질 것이다!”

하늘의 균열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7. 결의

전투가 끝나고, 멤버들은 한강 다리 위에 서서 검은 하늘을 바라봤다.

“우린 아직 이기지 못했어.” 지아가 말했다.
“라그나르의 날개는 완전히 부활하려 하고 있어.” 수현이 방패를 쥐었다.
“다음은… 진짜 결전이야.” 미카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야.” 유나가 빛을 손에 담았다.
아린은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팬들이 우리와 함께 있어. 그들의 목소리가 있다면, 끝까지 노래할 수 있어.”

하늘은 여전히 갈라져 있었다. 검은 날개의 부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멤버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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