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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 8부. 노래와 검, 춤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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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노래와 검, 춤과 방패


1. 도시 위로 드리운 날개

서울의 하늘은 여전히 찢긴 채였다. 남산 위에서 시작된 균열은 강남의 빌딩 숲을 가르고, 한강 다리 위로 뻗어나가, 마치 검은 날개가 도시 전체를 감싸는 것 같았다. 낮에는 태양 빛이 그 틈을 억눌러 잠시 숨을 고르게 했지만, 밤이 되면 균열은 더욱 선명해졌다. 시민들은 이유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잠들지 못했고, 지하철 안에서는 누군가가 혼자 중얼거리듯 라그나르의 목소리를 흉내 내곤 했다.

가디언 본부의 상황실은 초조한 공기로 가득했다. 도현은 지도 위에 표시된 붉은 점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대 세트처럼 바뀌고 있어. 라그나르가 날개를 완전히 펼치면… 이 도시는 더 이상 우리의 무대가 아니야. 전부 그의 제단이 돼버려.”

지아는 검집을 힘껏 쥐었다. “그럼, 우리가 먼저 무대를 차지해야지.”


2. 무대처럼 짜인 작전

세레니티는 본부에서 팬들과 공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비밀 공연을 준비했다.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라그나르의 날개에 맞설 ‘의식’이었다.

“우린 노래와 검, 춤과 방패를 동시에 써야 해.” 지아는 단호했다. “각자의 무기가 하나의 안무처럼 맞물려야 한다. 팬들의 합창이 우리의 코러스가 되고, 공명자들의 응원봉이 우리의 조명이 돼야 해.”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패는 관객을 지킬 거야. 하지만 방패만으로는 부족해. 노래와 춤이 내 방패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웃었다. “검은 날개가 춤을 춘다면, 난 더 날카로운 춤으로 맞서줄게.”

아린은 목을 매만지며 작게 속삭였다. “내 목소리가 완전하지 않아도, 팬들의 목소리와 합쳐지면 노래가 돼. 난 혼자가 아니니까.”

유나는 손에 빛을 담았다. “내 빛은 작아도, 춤추는 검과 노래와 함께라면 꺼지지 않아.”


3. 합창의 시작

그날 밤, 잠실 경기장. 평소라면 수만 명의 관객이 모여야 했지만, 오늘은 비밀리에 공명자들만 모였다. 수천 개의 응원봉이 일제히 켜졌다. 팬들은 세레니티의 새로운 응원법을 알고 있었다. 0.4초 늦게 흔드는 닫힘의 리듬.

무대 위, 다섯 멤버가 섰다. 이번엔 화려한 의상이 아니었다. 검과 방패, 빛과 그림자가 장착된 전투복.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몸짓은 여전히 춤이었다.

지아가 검을 뽑으며 선창했다.
아린이 쉰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갔다.
수현은 방패를 높이 들어 리듬을 만들었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날렵하게 몸을 흔들었다.
유나는 빛을 퍼뜨리며 관객과 멤버들을 감쌌다.

팬들의 환호가 파도처럼 이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의식이었다.


4. 날개의 반격

그러나 그 순간, 하늘의 균열이 요동쳤다. 거대한 검은 날개가 완전히 펼쳐졌다. 깃털이 비처럼 쏟아져 경기장 위로 내려앉았다. 깃털은 땅에 닿는 순간 데몬으로 변했고, 그들의 수는 끝이 없었다.

“지켜!” 수현이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거대한 장벽이 펼쳐지며 관객을 덮쳤다. 깃털들이 방패에 부딪혀 터져 나갔다.

지아는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데몬들을 베어냈다. 그녀의 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안무의 동작처럼 부드럽고 정확했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며 적의 심장을 찔렀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가 무대 위 퍼포먼스처럼 아름답고 치명적이었다.
유나는 빛을 펼쳐 방패가 무너질 틈을 메웠다.
그리고 아린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쉰 목소리였지만, 팬들의 합창과 합쳐져 거대한 음파가 되었다.

경기장 전체가 흔들렸다.


5. 불협화음

그러나 라그나르의 날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경기장 위에 울렸다.

“노래와 춤, 검과 방패… 아름답구나. 하지만 결국 환상일 뿐. 환호가 멈추면, 너희는 무너진다.”

그 순간, 몇몇 팬들이 공포에 질려 응원봉을 떨어뜨렸다. 응원봉의 빛이 하나둘 꺼지자, 닫힘의 리듬이 흔들렸다. 균열이 다시 벌어지며 더 많은 데몬이 쏟아져 나왔다.

“안 돼…!” 아린이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목소리가 끊겼다.

지아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고 손을 잡았다. “괜찮아. 네가 노래하지 않아도 돼. 팬들이 대신 불러줄 거야.”

민서가 관객석에서 외쳤다. “우리가 함께할게요!”

공명자들이 응원봉을 다시 켜고, 노래를 불렀다.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진짜 합창이었다. 아린은 눈물을 흘리며 작은 음으로 화음을 보탰다. 팬들의 목소리와 하나가 되어, 다시 노래가 완성됐다.


6. 무대의 완성

수현의 방패가 다시 빛났다.
미카의 검은 그림자 속에서 날카롭게 춤을 췄다.
지아의 검은 빛을 내며 날개의 깃털을 잘라냈다.
유나는 빛을 퍼뜨려 관객을 지켰다.
아린과 팬들의 합창은 불협화음을 몰아냈다.

다섯 멤버와 팬들이 함께 만드는 무대. 그것은 검과 방패, 노래와 춤이 하나 된 합창이었다.

라그나르의 날개가 잠시 흔들렸다. 균열이 움찔하며 닫히는 듯 보였다.


7. 라그나르의 외침

그러나 라그나르는 사라지지 않았다.
“흥미롭구나. 너희와 팬들이 하나가 되는 무대라… 좋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마지막 콘서트에서, 모든 환호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다!”

하늘의 균열은 닫히지 않고, 오히려 더 거대하게 벌어졌다. 도시 전체가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는 듯, 불길한 진동이 퍼져 나갔다.


8. 결의

전투가 끝난 뒤, 경기장 한가운데 쓰러져 있던 멤버들이 서로를 부축해 일어났다.

“우린 아직 끝내지 못했어.” 지아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라그나르의 날개는 더 강해지고 있어.” 수현이 방패를 쥐었다.
“하지만 오늘… 팬들이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걸 확인했어.” 유나가 빛을 펼쳤다.
미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와 검, 춤과 방패. 그게 진짜 무대였지.”
아린은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와 팬들이 하나가 된다면, 마지막 콘서트에서도 이길 수 있어.”

지아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날개가 여전히 도시 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무대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무대의 주인공은 우리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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