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마지막 콘서트
1. 카운트다운
서울의 하늘은 이미 반쯤 찢겨 있었다. 균열은 도시를 둘러싼 검은 원형 돔처럼 변해, 마치 거대한 공연장 천장이 무너져 내리려는 듯 위태로웠다. 낮에도 하늘은 어두웠고, 밤이면 도시 전체가 무대 조명 없이 벌거벗겨진 채 검은 그림자에 휩싸였다.
가디언 본부는 마지막 대책을 세웠다. 도현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라그나르가 도시 전체를 ‘마지막 콘서트장’으로 만들고 있어. 그는 관객을 필요로 해. 사람들의 공포와 환호, 그 모든 감정을 먹어 부활을 완성하려는 거야. 막지 못하면, 서울은 곧 악의 제단이 된다.”
지아는 단호히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지막 무대를 준비해야지. 이번엔 진짜로, 끝을 내야 해.”
2. 준비
세레니티 멤버들은 남은 며칠 동안 무대와 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 지아는 검을 안무처럼 다루며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동작을 만들었다.
- 아린은 팬들과 함께 화음을 맞추며, 갈라진 목소리 대신 합창 속에서 완전한 노래를 완성했다.
- 수현은 방패를 들어 올려,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리듬을 만드는 장치로 삼았다.
- 미카는 그림자와 함께 춤추며, 적의 움직임을 무대 안무로 바꾸는 훈련을 했다.
- 유나는 빛을 작은 별처럼 흩뿌리며, 팬들의 응원봉과 연결했다.
민서와 공명자들은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SNS와 비밀 채널을 통해 닫힘의 리듬을 공유했고, 팬들은 마지막 공연을 위해 응원봉을 준비했다. 이번엔 단순한 팬미팅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되는 ‘마지막 콘서트’였다.
3. 무대의 개막
결전의 날.
서울 광장은 수십만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응원봉이 별빛처럼 흔들리며, 도시 전체를 덮었다. 각자의 집에서도 수많은 팬들이 창가에 서서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지아가 무대 중앙에 섰다. 마이크 대신 검을 들고, 단호히 말했다.
“이건 단순한 공연이 아니야. 우리와 팬들이 함께 만드는 마지막 무대야. 오늘, 라그나르의 날개를 꺾는다.”
아린이 첫 음을 뽑아냈다.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팬들의 합창이 즉시 이어받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수만의 목소리 속에서 울려 퍼지며 완전한 노래가 됐다.
4. 날개의 침공
라그나르의 날개가 하늘을 뒤덮었다. 검은 깃털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광장을 덮었다. 깃털이 땅에 닿는 순간, 수많은 데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람들의 환호를 흉내 내며 다가왔다.
“세레니티! 사랑해!”
“춤춰라! 노래해라! 영원히 우리 앞에서!”
그 목소리는 환호였지만, 동시에 조롱이었다.
수현은 방패를 들어 올려 사람들을 지켰다. 미카는 그림자 속에서 춤추듯 움직이며 적의 심장을 찔렀다. 지아는 검을 빛으로 휘둘러 날개를 잘라냈다. 유나는 빛을 퍼뜨려 사람들의 공포를 누그러뜨렸다. 아린은 합창 속에서 화음을 더하며 균열의 불협화음을 깨뜨렸다.
5. 라그나르의 등장
하늘이 갈라졌다. 검은 날개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드러났다. 불길처럼 흔들리는 눈동자, 끝없이 펼쳐진 날개. 라그나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아름답구나. 환호와 공포, 노래와 춤. 모두 나의 것이 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도시 전체가 흔들렸다. 빌딩이 무너지고, 한강의 물결이 요동쳤다.
지아는 검을 높이 들며 외쳤다. “이 무대는 네가 차지하지 못해. 이건 우리와 팬들의 무대야!”
6. 최후의 합창
라그나르의 날개가 광장을 덮쳤다. 수십만 개의 응원봉이 동시에 흔들렸다. 닫힘의 리듬. 도시 전체가 하나의 합창장이 되었다.
아린은 목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마지막 힘을 모아 노래했다. 팬들이 그녀의 노래를 이어받아, 수만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수현의 방패가 하늘로 뻗어 올라, 날개의 공격을 막았다.
미카의 춤은 그림자를 찢으며 라그나르의 발밑을 묶었다.
유나의 빛은 응원봉과 하나가 되어, 도시 전체를 빛으로 덮었다.
지아는 검을 높이 들어 날개를 향해 찔렀다.
그 순간, 도시 전체가 울렸다.
7. 균열의 봉인
라그나르가 포효했다.
“이것이… 인간의 합창인가…!”
그의 날개가 부서졌다. 균열이 요동치며 닫히기 시작했다. 수십만 명의 환호가 파도처럼 밀려와 라그나르의 몸을 삼켰다.
“우린 혼자가 아니야!” 지아가 외쳤다.
“우리의 노래와 춤은 사람들의 마음이야!” 아린이 이어 외쳤다.
“검과 방패, 빛과 그림자, 모두 함께하는 무대야!” 미카, 수현, 유나가 동시에 외쳤다.
라그나르의 몸은 갈라지며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의 마지막 속삭임이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대는 영원하다…”
8. 고요
라그나르가 사라지자, 균열은 닫혔다.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광장은 고요 속에 잠겼지만, 곧 환호가 폭발했다.
사람들은 울며 응원봉을 흔들었고, 세레니티 멤버들은 무대 중앙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우리가 해냈어.” 수현이 방패를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아린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팬들이… 함께했어. 내 목소리는 혼자가 아니었어.”
유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의 무대는 꺼지지 않아.”
미카는 검을 거두며 미소 지었다. “이게 진짜 춤이지.”
지아는 검을 하늘로 향해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 무대는 끝났지만, 우리의 노래는 계속된다.”
9. 마지막 리허설
광장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레니티 멤버들은 알았다. 라그나르의 마지막 속삭임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지아는 멤버들을 바라봤다. “마지막 콘서트는 끝났지만, 우리의 무대는 계속돼. 언제든 새로운 균열이 열릴 수 있어. 하지만 오늘처럼 팬들과 함께라면, 어떤 무대에서도 우린 노래할 수 있어.”
아린은 목을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 “내 목소리는 갈라지지만, 팬들이 화음을 완성해 줄 거야.”
민서는 응원봉을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우리도 이제 무대의 일부예요.”
10. 커튼콜
서울의 하늘이 맑게 빛났다. 하지만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또 다른 균열의 흔적이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계속된다.
세레니티와 팬들이 함께 만드는, 끝나지 않는 공연.
그것이 진짜 마지막 콘서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