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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밥은 어떻게 먹을까? 우주식량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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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우주 관광 상품을 본격화하고 있고, 우주 호텔까지 추진되는 시대에, 우리가 가장 기본적으로 궁금해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먹는 것’이다. 인간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음식. 그런데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는 어떻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밥을 짓고, 국을 떠먹고, 물을 마시는 일상이 중력이 없는 곳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식사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우주식량’이라는 독자적인 기술과 시스템이 발전해왔다.

이 글에서는 우주식량의 역사부터 현재의 발전 현황, 무중력 환경에서의 식사 방식, 사용되는 식품의 종류, 기술적 과제와 미래 전망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우주식량의 시작: 튜브에서 스푼으로

우주식량의 시작은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 비행을 하면서다. 그는 단 세 시간 남짓한 비행 중 튜브에 담긴 퓌레 형태의 식품을 섭취했다. 당시의 우주식량은 오직 ‘필수 영양 섭취’라는 생존 목적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맛이나 질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초기의 식사는 주로 고기나 야채를 갈아 만든 퓌레였고, 그것을 알루미늄 튜브에 넣어 치약처럼 짜서 먹는 방식이었다.

미국의 머큐리 계획, 제미니 계획 시기에도 식량은 대부분 튜브 형태였으며, 일부는 수분이 제거된 분말을 물과 함께 섞어 섭취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은 맛이 없고 먹는 즐거움이 거의 없었기에, 비행사들의 사기 저하와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NASA는 식사 만족도가 임무 성공률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주식량의 품질을 높이는 연구를 본격화하게 된다.


현대 우주식량의 기본 원칙

현재 우주식량은 단순한 영양 보충 수단을 넘어, 장기 체류 시 건강 유지, 기분 조절, 심리 안정, 업무 효율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개발되는 우주식량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중량과 부피 최소화
    로켓의 탑재량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식량은 가능한 한 가볍고 작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우주식량은 수분을 제거한 상태로 저장되고, 우주선 내부에서 물을 재주입하여 섭취한다.
  2. 유통기한이 길 것
    지구에서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보관이 가능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방부 처리와 밀봉 포장 기술이 발전했다.
  3. 무중력 환경에서 흘러내리지 않을 것
    국이나 물처럼 흐르는 액체는 무중력에서 둥둥 떠다니며 기계 고장을 유발하거나, 흡입 시 기도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우주식은 대부분 점성이 높거나 고형 상태로 제작된다.
  4. 영양소가 균형 잡힐 것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비율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개인의 체중과 활동량에 따라 배급량이 조정된다.
  5. 냄새와 기체 발생이 적을 것
    폐쇄된 공간에서 음식의 냄새나 발효 시 발생하는 가스는 환경 통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은 탈취 및 발효 억제 처리가 되어야 한다.

우주식량의 종류: 어떤 음식이 우주에서 가능할까?

우주에서 먹을 수 있는 식량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재수화식 (Rehydratable Food)
    수분이 제거된 식품으로, 먹기 전에 온수나 냉수를 주입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스프, 밥, 스튜, 오트밀 등 다양한 음식이 이 방식으로 제공된다.
  2. 중력 비의존 식품 (Intermediate Moisture Food)
    부분적으로 수분이 남아 있는 식품으로, 바로 먹을 수 있다. 대개 바나나칩, 말린 육포, 쿠키, 크래커 등이 이에 해당한다.
  3. 열 안정식 (Thermostabilized Food)
    열을 가해 살균한 후 진공 밀봉한 식품으로,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다. 통조림 형태가 많으며, 생선조림, 치킨 커리, 토마토 파스타 등이 이 부류에 포함된다.
  4. 저온살균 식품 (Irradiated Food)
    전자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해 살균된 식품으로, 고기류나 유제품처럼 미생물 위험이 높은 식품에 사용된다. 주로 러시아 우주식에서 많이 활용되었다.
  5. 신선 식품 (Fresh Food)
    과일, 빵, 샐러드 등 생물학적 수명이 짧은 식품은 일반적으로 우주정거장 도착 초기 며칠 동안만 제공된다. 미션 도중 보급선을 통해 추가 공급되기도 한다.
  6. 스페셜 식품
    국가별 문화에 맞춰 특별히 개발된 음식으로, 한국의 우주 불고기, 일본의 우동, 러시아의 보르시(비트 스튜) 등이 대표적이다. NASA는 최근 한식을 우주식량 체계에 포함시키기 위해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어떻게 식사를 하나?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에서는 식사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다. 일반적인 식탁이 아닌, 몸이 둥둥 떠다니는 환경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계획적이어야 한다. 우주인들은 식사 시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 고정된 장소에서 벨크로나 자석으로 고정
    음식 포장은 식탁이나 벽면에 부착되고, 식기도 마찬가지로 고정된다. 우주인은 고정된 발판에 발을 끼우거나, 안전 벨트를 사용해 자신의 몸을 자리에 고정한다.
  • 가위로 포장을 열고, 빨대나 스푼으로 섭취
    포장된 식품은 주로 뜯어서 안의 내용을 흡입하거나, 숟가락으로 퍼먹는 형태다. 액체류는 빨대가 달린 용기에 담겨 흘러나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 물은 주입기로 공급
    수분이 제거된 음식은 온수 또는 냉수 공급 장치를 통해 주입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식사 가능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 쓰레기와 잔여물은 즉시 수거
    우주정거장 내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식사 후에는 쓰레기와 식기 잔여물을 특수 용기에 수거하고, 이물질이 기기 내부로 흘러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우주식량 개발에 참여하는 주요 국가와 기업

현재 우주식량을 개발하는 주체는 국가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를 포함한다. NASA, ESA(유럽우주국), JAX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Roscosmos(러시아), KASA(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대표적인 국가 기관이며, 민간 영역에서는 SpaceX, Blue Origin, Northrop Grumman, 일본의 아지노모토, 한국의 CJ제일제당, 한화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08년 이소연 우주인의 임무에 맞춰 불고기, 고추장, 김치, 된장국 등의 우주식을 세계 최초로 한식화에 성공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다양한 한식 우주식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우주호텔 시대에 대비해 전통 음식과 현대 기술의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주식량의 미래: 인공고기, 수경재배, 3D 프린팅

우주식량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특히 장기 우주 체류, 화성 탐사, 우주정착 등을 대비한 식량 기술이 핵심이다. 다음은 미래형 우주식량의 주요 기술 방향이다.

  • 인공 배양육: 동물 조직을 배양하여 고기와 유사한 질감과 영양을 가진 식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폐쇄 공간에서 고단백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 우주 농장(수경재배 시스템):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이미 소규모 식물 재배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LED 광원과 폐쇄형 수경 시스템을 이용해 상추, 토마토, 고추 등이 성공적으로 재배되었다. 이를 통해 산소 발생, 심리적 안정, 신선 식품 공급이 가능하다.
  • 3D 프린팅 식품: 재료 카트리지를 이용해 원하는 식품을 바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카트리지를 조합해 ‘스테이크’나 ‘피자’를 출력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와 맛의 음식을 실시간으로 공급할 수 있어, 우주정착지에서는 필수 기술이 될 수 있다.

결론: 우주식량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생존과 문화의 상징이다

우주에서 식사는 단순한 섭취 행위가 아니다. 인간이 생존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고, 사회적 교감을 유지하는 데 있어 식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주식량은 과학 기술의 집약체이자, 인류가 우주로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인 영역 중 하나다.

미래에는 우주식량이 단순한 보존식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 개인 맞춤형 식단,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음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주에서도 우리는 먹고 살아간다'는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본능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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