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단의 그림자

분단의 그림자 - 제9편 폭발 직전의 심장

반응형

《분단의 그림자》

제9편 폭발 직전의 심장

서울 월드컵 경기장. 긴급 투입된 국정원 요원들과 폭발물 처리반이 현장을 장악한 뒤에도, 공기는 여전히 긴장으로 가득했다.

관중석 아래에서 발견된 CTX 폭약의 타이머는 중원이 마지막 순간에 해체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폭약이 더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국장님, 문제는 하나가 아닙니다. 잔여 CTX 흔적이 경기장 외곽에서 추가로 포착됐습니다.” 분석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국장은 이를 악물며 중원에게 명령했다.
“중원, 남은 폭약을 반드시 찾아내라.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 경기는 열릴 수 없다.”


한편, 의료팀은 쓰러진 방희를 급히 후송했다. 그녀의 어깨는 총탄에 꿰뚫렸고,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중원은 차마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를 따라갔다.
“명현아… 버텨. 제발 버텨.”

구급차 안, 방희는 희미하게 눈을 뜨며 속삭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들은… 두 번째 폭발을 준비하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끊어질 듯 약했지만, 눈빛만큼은 또렷했다.

“중원아… 늦기 전에 막아야 해.”


구급차 문이 닫히며 그녀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중원은 차갑게 숨을 고르며 무전기를 들었다.
“전 팀 주목. CTX 잔여분이 존재한다. 전 구역 재수색이다. 실패는 없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었지만, 심장은 폭발 직전처럼 요동쳤다.


밤이 깊어가는 경기장 외곽. 국정원 요원들이 구역을 나눠 수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적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북한 간첩 조직의 잔당이 폭약을 싣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격렬한 총격전이 다시 터졌다. 불빛이 어둠을 갈랐고, 총성이 경기장 구조물에 메아리쳤다.

장길이 무전으로 외쳤다.
“형! 서쪽 출입구에서 접촉했어! 놈들이 금속 용기를 옮기고 있어!”

중원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의 눈앞에, CTX가 담긴 금속 상자를 든 적의 모습이 보였다.

“멈춰!”
총성을 울리며 그는 놈들을 쓰러뜨렸지만, 상자 하나가 이미 차량에 실리고 있었다.


차량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중원은 곧장 뒤쫓았다. 총탄이 밤하늘을 가르며 차량을 겨냥했지만, 방탄 패널이 그것을 막아냈다.

“젠장…!”

도주 차량은 끝내 서울 시내로 진입했다. 이제는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수도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병원 응급실. 방희는 산소마스크를 쓴 채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녀의 의식은 희미해져 갔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얼굴만이 선명했다.
유중원.

‘내가 그를 만난 게 죄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심장은 폭발 직전처럼 요동쳤다. 조국과 명령,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게 그녀의 몸과 영혼을 찢어놓고 있었다.


국정원 지하 상황실. 스크린에는 서울 도심을 달리는 도주 차량의 위치가 표시되고 있었다.

분석관이 외쳤다.
“차량이 강변북로로 진입했습니다! CTX를 싣고 있습니다. 만약 강북 도심에서 폭발한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국장의 얼굴은 창백했다.
“중원!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번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


중원은 추격전을 이어갔다. 밤하늘 아래, 강변북로의 불빛이 차창에 스쳐 지나갔다. 총탄이 오가며 차량은 아슬아슬하게 요동쳤다.

그의 머릿속에는 방희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늦기 전에 막아야 해.”

심장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폭발 직전의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이 그를 이끌었다.


격렬한 추격 끝에, 중원은 마침내 차량을 도로 옆으로 몰아붙였다. 총성이 울리고, 차량은 난간에 부딪혀 멈춰섰다.

차량에서 기어나온 적은 마지막까지 CTX 기폭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늦었다! 다 끝장이다!”

그 순간, 중원은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려 적을 제압했다. 격투 끝에 기폭기를 빼앗으며 그는 절규하듯 외쳤다.
“이 땅에서 네놈들의 불길은 끝났다!”


CTx 상자는 안전하게 확보되었다. 그러나 긴박한 추격전과 격투 속에서, 중원의 심장은 폭발 직전처럼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심장은 단지 임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는 그녀, 명현.
그녀가 살아남을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중환자실. 방희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를 붙잡고 싶다는 듯.

간호사가 속삭였다.
“환자가… 반응을 보입니다.”

그 순간, 그녀의 눈가에서 또렷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중원은 국정원 본청으로 복귀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그는 알았다.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심장은 여전히 폭발 직전이었다.


〈폭발 직전의 심장〉은 단순한 전투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남자의 심장이, 사랑과 의무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리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처럼 요동치는 이야기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