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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2부. 달의 그늘에 숨은 문 2부. 달의 그늘에 숨은 문1. 사다리의 그늘사막 위로 해가 기울어갈 무렵, 아르카 프로젝트의 사람들은 다시 모였다. 시설 남쪽 평지에 박혀 있던 첫 번째 실린더가 조용히 가라앉으며, 가동 테스트는 일단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상태였다. 그러나 모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것은 성공이라기보다 ‘입구가 있음을’ 겨우 확인한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입구가 있다는 사실은 곧,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는 숙명을 의미했다.은하는 회의실에서 종이에 직접 계획을 그려 보였다. 모래빛이 묻은 종이는 여러 번 접혔다 펴진 흔적이 있었다. 그녀가 굵은 선을 그어내리자, 실린더에서부터 시작해 남서쪽으로 길게 이어진 터널이 나타났다. “우리가 사다리라고 부르는 건 사실 이 터널 전체입니다. 중력장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1부. 먼지의 하늘, 바람이 그린 지도 1부. 먼지의 하늘, 바람이 그린 지도하늘은 낮에도 희미하게 어두웠다. 태양은 습관처럼 떠올랐지만 그 빛은 모래장막을 뚫지 못했다. 먼지가 빛을 씹어 삼키고, 남은 찌꺼기만이 대지 위로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햇빛이 아니라 그림자로 시간을 가늠했다. 바람이 길 끝의 녹슨 표지판을 세 번 흔들면 아침, 다섯 번 흔들리면 정오, 열 번을 넘기면 저녁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 지 오래였다. 비는 여기서 전설이었다.엘리야는 밤새 습기를 모아들인 작은 물통을 들어 햇빛에 비쳐 보았다. 물은 얕은 담황색을 띠고 있었다. 포대에서 잘라낸 천 조각으로 서너 번 더 거르면 마실 수 있었다. 그는 물을 반 컵 떠서 딸에게 건넸다. 리아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다. 아이의 손톱 밑에는 흙빛이 늘 스며 있었다. 세상을 닦아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