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썸네일형 리스트형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10부. 씨앗을 심는 자들의 별 10부. 씨앗을 심는 자들의 별1. 새로운 세계의 아침별빛의 강을 따라 흘러온 끝에, 노마드와 이주선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푸른 대기, 끝없이 펼쳐진 숲, 그리고 하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하늘. 오랫동안 잿빛과 모래바람만 보아온 눈에는 눈부시게 낯선 풍경이었다.“여기가… 우리의 새로운 별.” 은하가 숨죽이며 중얼거렸다.엘리야는 창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한 마디가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리아… 우리가 도착했다.”2. 착륙이주선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동안 모두 숨을 죽였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마찰열이 창문 밖을 덮었지만, 곧 안정되었다. 착륙선이 대지 위에 내려앉자, 기나긴 긴장감이 풀리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탑승자들은 차례대로 밖으로 나왔다. 발밑의 흙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9부. 떠나는 지구, 남는 약속 9부. 떠나는 지구, 남는 약속1. 지구의 황혼지구는 점점 더 침묵에 잠겨가고 있었다.아르카 기지의 바깥은 여전히 먼지가 휘날렸고, 하늘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래폭풍이 몰려와 마을을 삼켰고, 사람들은 마스크와 필터에 의지한 채 버티고 있었다.류 박사는 관측 데이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대기 질은 점점 악화되고 있어. 10년, 아니 5년을 버티기도 힘들 거야.”미라는 고개를 숙였다. “여기 남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없는 건가요?”“희망은 있다.” 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아빠가 말했어요. 희망은 남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거라고.”아이의 목소리는 어른들보다 단단했다. 모두가 그 눈빛을 보며 잠시 침묵했다.2. 우주의 길한편, 노마드는 별빛의 강 위를 흘러가고 있었다.중력의 노래가 ..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8부. 중력으로 쓴 노래 8부. 중력으로 쓴 노래1. 낯선 진동노마드가 블랙선 서고의 출구를 통과했을 때, 그 앞에는 다시금 기묘한 공간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빛도 어둠도 아닌, 끝없이 떨리는 진동의 바다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이 곧바로 알아챘다. 심장이 리듬을 따라 뛰었고, 뼈마디가 공명을 울렸다.“여긴… 중력 그 자체야.” 은하가 숨죽였다. “우린 지금, 힘의 바다 속에 있어.”엘리야는 몸을 곧추세우며 말했다. “중력이 우리를 붙잡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노마드의 계기판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오류가 아니라, 분명한 패턴이었다.2. 지상의 파동아르카 기지의 장치들도 동시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기계음도 없었는데, 건물 전체가 낮게 울렸다. 컵의 물결이 파문을 만들었고, 바닥의 먼지..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7부. 블랙선 서고의 사서 7부. 블랙선 서고의 사서1. 끝없는 선노마드가 어둠 속 신호를 통과했을 때, 그 앞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 펼쳐졌다.빛도, 별도, 행성도 없었다. 대신 공간 전체가 무수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선들은 검은 빛줄기처럼 뻗어 있었고,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마치 우주의 바닥에 새겨진 무한한 필기선 같았다.“이건… 선들이야.” 은하가 숨죽였다. “빛이 아니라, 기록의 흔적.”엘리야는 노마드를 감싸는 창을 통해 주변을 둘러봤다. 선들은 서로 교차하지 않았다. 오직 평행하게 뻗어 있었고, 각각 고유한 진동을 내고 있었다. 그 진동은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듯했다.“이곳이… 서고구나.” 엘리야가 낮게 중얼거렸다. “우주가 자기 이야기를 보관하는 곳.”2. 지상의 반향..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6부. 진실보다 먼저 도착한 신호 6부. 진실보다 먼저 도착한 신호1. 어둠 속의 씨앗정원의 문이 닫히자, 노마드를 둘러싼 모든 빛이 꺼졌다. 순간, 우주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 그러나 곧 어둠 속에서 작은 별빛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밤하늘에 흩뿌려진 별 같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각기 씨앗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투명한 껍질 안에 미세한 빛의 점이 뛰놀고 있었다.“저건… 별의 태아 같아.” 은하가 숨죽여 말했다.“우린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들어온 셈인가.” 엘리야가 낮게 중얼거렸다. “우주의 씨앗들이 태어나기 전의 공간.”씨앗들은 무작위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 빛이 일정한 패턴을 이루기 시작했다. 점멸하는 리듬, 반복되는 간격. 그것은 명백한 신호였다.2. 먼저 도착한 메아리“수신 신호 감지!” 은..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5부. 얼음꽃 정원의 불빛 5부. 얼음꽃 정원의 불빛1. 차가운 숨결노마드가 시간을 마시는 바다의 소용돌이를 넘어섰을 때, 그 앞에 펼쳐진 것은 눈부신 얼음의 평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얼음이 아니었다. 얼음의 결정체마다 빛이 깃들어 있었고, 마치 꽃잎처럼 겹겹이 펼쳐졌다. 눈앞에는 거대한 정원이 있었다.“이건… 얼음인데, 살아 있어.” 은하가 숨죽여 말했다.“숨 쉬는 것 같아.” 엘리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꽃 하나하나가 일정한 간격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심장처럼, 마치 호흡처럼. 그리고 그때마다 희미한 불빛이 정원 위로 피어올랐다.2. 지상에서의 반향아르카 기지의 모니터에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리아는 노트에 새로운 신호를 받아 적었다. 이번에는 숫자도, 단순한 파동도 아니었다. 종이 위에 남겨진 것..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4부. 시간을 마시는 바다 4부. 시간을 마시는 바다1. 낯선 해안노마드는 아치 너머의 궤도를 선회한 뒤, 서서히 행성의 표면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센서가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광활한 바다’였다. 그러나 그것은 지구의 바다와는 전혀 달랐다. 그곳은 마치 액체이면서 동시에 거울 같은 성질을 지닌, 묘한 유체였다. 표면은 끊임없이 물결쳤지만, 그 물결은 위로가 아니라 옆으로 번져 나갔다.“저게… 바다인가요?” 엘리야가 조심스레 물었다.“물리적 분석으로는 액체.” 은하가 계기판을 확인하며 말했다. “하지만 밀도와 굴절률이 일정하지 않아. 빛이 들어가면 마치 시간이 휘어지는 것처럼 반사돼.”노마드는 해안에 착륙했다. 발밑의 대지는 모래와 흡사했으나, 걸을 때마다 잔잔한 공명음이 울렸다. 마치 모래알 하나하나가 시간을 담아 두고, 발소.. 더보기 중력에게 보내는 편지 - 3부. 루멘 아치 너머의 첫새벽 3부. 루멘 아치 너머의 첫새벽1. 문 너머의 광경균열을 넘어선 순간, 노마드의 내부는 몇 초간 진공의 무덤처럼 조용했다. 계기판 불빛이 사라졌다가 다시 깜빡이며 켜졌고, 호흡기 안에서 엘리야와 은하의 숨소리만이 거칠게 이어졌다. 그들이 눈앞에서 본 것은,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풍경이었다.우선, 별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별빛이 아니었다. 별빛은 곧장 직선으로 뻗지 않고, 마치 누군가의 손끝에서 휘갈겨진 먹줄처럼 곡선으로 꺾였다. 빛의 궤적이 교차하면서 하늘 전체가 거대한 직물처럼 얽혀 있었다.그리고 그 직물의 한가운데,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인공물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자연의 일부이기도 했다. 돌로 된 다리 같았으나, 빛과 에너지로 짜여 있었다... 더보기 이전 1 2 다음